[베푸는 나라 KOREA] 60년 전 도움 받던 한국, 월드비전서 4번째 큰 후원국 돼
정우상 기자 imagine@chosun.com
입력 : 2010.06.29 03:16
월드비전 한국
단순한 지원 아닌 '잘사는 법' 전파' 베트남 트라미 사업장'이 대표적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6·25는 한국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만, 역설적으로 또 하나의 나눔의 역사를 만들었다. 미국인 밥 피어스 목사는 한국전쟁 폐허 속에 굶주리던 아이들을 위해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와 모자원 사업을 시작했고, 그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구호단체 '월드비전'을 세웠다. 월드비전의 첫 수혜국은 한국이었지만, 한국인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월드비전 한국'은 현재 전 세계 44개 국가의 어린이와 마을을 도우며 월드비전 안에서 네 번째로 큰 후원국으로 성장했다.
▲ 월드비전 한국이 지원하고 있는 베트남 산악지대 트라미 사업장의 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꿈꾸며 밝은 표정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 월드비전 제공
외국인의 도움을 받던 '월드비전 한국'이 외국을 돕기 시작한 것은 1991년. 40년 도움받던 역사에서 이제 20년 도움 주는 역사를 쓰고 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파란 눈의 외국인 후원자의 도움으로 성장한 아이가 이제 성인이 되어 다른 나라의 어린이를 돕는 후원자가 됐다"면서, "코리아가 어디 있는 나라인지 모르는 이들이 과거에 우리를 도왔다. 이젠 코리아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한국이 지원하는 베트남 산악지대인 트라미 사업장은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1997년 문을 연 트라미 사업장은 지난 12년 동안 보건, 농업, 교육, 역량강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트라미 사업장은 철저히 주민들 스스로 주민들을 위해 움직이는 곳이다.
▲ 1964년 월드비전의 외국인 의료 봉사진이
한강변 움막촌에서 우리나라 어린이를 진료해
주고 있다. / 월드비전 제공
트라지앙 마을에서 열린 주민 욕구 조사회의의 한 장면. 어떻게 하면 가축을 잘 키울 수 있을지 의견을 수렴해서 서로 공유하는 자리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물소 사육의 장점에 대해 "새끼를 잘 낳는다" "숲에서 풀을 뜯어 먹으니 키우는 데 돈이 안 든다"며 장점을 나열하면서도 "물소는 구입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단점도 얘기했다. 회의라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서로 안부를 묻고 떠드는 모습은 마치 잔칫집 같다. 트라미 사업장의 모든 사업은 월드비전 직원들이 조언하지만, 주민들의 머리에서 시작해 주민들의 손과 발을 통해 시행된다. 월드비전 측은 "얼굴도 모르는 한국 고교생의 용돈이, 주부의 쌈짓돈이 소로 변하는 조용한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 사업도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이른바 '영양 클럽'은 2004년 처음 생겨 그 해에 약 160명의 엄마에게 영양식 조리법과 자녀 양육법을 가르쳤다. 아이 키우는 것이야 어느 나라나 똑같지만, 얼마나 위생적으로 건강하게 키우느냐의 문제는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2006년부터는 아동케어센터를 만들어, 5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영양식과 탁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트라미 사업장에는 현재 33개의 영양클럽이 있고, 클럽마다 15명에서 30명의 엄마가 모인다. 구엔 티 레(22)씨는 "전에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뜨거운 밭에 데려갔다. 비도 자주 맞다 보니 쉽게 아팠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케어센터에 아이를 맡길 수 있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티 투이(20)씨의 2살 된 아이는 영양실조 판정을 받았지만, 케어센터에서 비타민을 먹이고, 영양식으로 음식을 해준 덕에 이제는 정상체중으로 돌아왔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트라미 사업장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잘사는 방법과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60~70년대 가난을 극복했던 것도 단순한 구호나 지원이 아니라 잘살아보겠다는 의지 때문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월드비전 후원 문의: 02-2078-7000 www.worldvisio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