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활동 20년 김혜자씨
"아프리카에서 돌아오면 한동안 밥을 먹을 수 없어요."
김혜자(70)씨는 에티오피아에서 6일간 구호활동을 하면서 자주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깨끗한 집에서 비싼 옷 입고 다녀도 되나 하는 생각에 힘들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해외 구호활동이 처음 시작되던 무렵인 1992년 우리나라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구호사업에 뛰어들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촬영이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딸과 유럽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 사이 월드비전에서 에티오피아에 구호활동을 가자고 연락이 왔어요. 솔직히 말할게요. 신기한 나라 구경하는 셈치고 따라나섰지요."
그렇게 떠난 에티오피아에서 그는 지옥을 만났다. 굶주리고 병에 걸려 뼈만 남은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열흘 동안 눈물만 쏟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2004년)는 책에서 "그해 아프리카에서 흘린 내 눈물만 다 모아도 에티오피아엔 가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씨는 항상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 나에게도 고통이 되게 하소서.' 월드비전을 설립한 미국의 밥 스피어스 목사가 성경책에 써놓은 기도문이다.
그는 월드비전 친선대사로 20년 동안 소말리아, 인도, 시에라리온 등에 24차례의 구호활동을 다녔다. 그 사이 많이 배우고, 많이 변했다고 했다. 시에라리온 다이아몬드 광산 아이들을 보고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버렸다.
노노마을을 방문한 날 그는 "처음 몇년 동안은 미친 여자처럼 울고 다녔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를 넘어섰다"면서 여유를 보였다. 2시간쯤 뒤 그는 한쪽에 주저앉아 또 눈물을 쏟고 있었다. 온종일 밥을 굶은 아이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지금은 도울 수 있어서 기뻐서 우는 거니까 이전과는 다르다"고 우겼다. 그는 월드비전을 통해 전 세계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 103명과 결연을 하고 매달 후원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yep249@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