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돕자”… 20년간 2900만 저금통 확산
월드비전 ‘사랑의 빵’ 모금 운동이 시작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그동안 무려 2900만개의 사랑의 빵 저금통이 대한민국 곳곳에 전해졌다. 이 저금통을 이어 놓으면 서울과 부산을 두 번 오고 갈 길이가 된다.
1974년, 미국의 한 가정에서 식사 전 감사기도를 드린 뒤 조그만 깡통 하나에 동전을 모았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월드비전에 전달했다. 미국 월드비전은 작은 이 사랑의 정신을 기념해 ‘사랑의 빵’이라는 이름의 저금통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 주기 시작했다.
1991년, 한국월드비전도 내전과 기근으로 고통 받던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의 어린 생명을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깡통을 대신하는 이 작은 저금통은 전국 곳곳에 퍼져나가 캠페인을 시작한 첫해에만 16만명이 참여, 국민적인 캠페인이 되었다.
같은 해, 한국월드비전은 대한민국의 사랑이 담긴 쌀 포대를 잔뜩 싣고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를 찾았다. 김혜자 친선대사는 배고픔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에게 직접 만든 영양죽을 떠먹이며 아픔과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5월,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전국의 사랑의 빵 저금통이 한자리에 모여 3억 원이 넘는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사랑의 동전밭’이 만들어진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상원 친선대사, 월드비전 직원들은 결식 어린이들을 위한 일일 요리사가 되어 사랑의 빵을 즉석에서 구웠다.
1991년에서 2010년까지 사랑의 빵 저금통이 채워지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OECD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 놀라운 나눔 운동의 중심에는 사랑의 빵 저금통이 어김없이 자리 잡고 있다.
월드비전 홍성준 간사는 동대문시장의 한 후원자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장사 때문에 자리를 못 비우니 저금통을 가지러 와 달라고 해서 갔는데 사랑의 저금통이 9개나 되더군요. 그런데 저금통 안에 동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폐도 수북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월드비전으로 묵직한 종이상자 하나가 배달되어 왔다. 상자 속에는 사랑의 빵 저금통 스무 개와 손 글씨로 가지런히 쓴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사랑의 빵을 모으면서 사랑의 눈으로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이런 나눔의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한 특수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이 보낸 저금통이었다.
전북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이 2년간 사랑의 빵 모금으로 베트남 루안딴 초등학교가 지어졌다. 이 학교 4학년 하(Ha)는 “깨끗하고 멋진 학교가 새로 지어져서 정말 기뻐요. 저도 한국의 친구들처럼 동전을 모아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줄 거예요”라고 말했다. 8동의 교실과 교사기숙사, 책상과 식수시설까지…. 루안딴 초등학교 곳곳에 작은 동전 한 닢이 만들어낸 놀라운 기적이 반짝이고 있다.
다양한 기부 방법이 유행하는 요즘도 월드비전 사랑의 빵 사업이 멈출 수 없는 것은 이곳에 진솔한 사랑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무 해 동안 지구촌 곳곳에 전해진 2900만개의 저금통에는 꼭 2900만 개의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사랑의 릴레이는 지구촌 곳곳에 생명과 희망을 전하며 계속 달려가고 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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